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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호스피스 무시하는 오만과 편견       2008-01-20
      신원기       2417
서울 강남의 이름 있는 종합병원에 가보면 다 아는 일이다. 암 환자들이 줄줄이 몰려 있다. 그들이 입원 환자들의 40%나 차지할 정도다. 어떤 진료과는 70%에 이른다. 1000개 또는 1200개 병상에 그 많은 암 환자가 누워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세상이 무섭고 인생이 서글퍼진다. 암 이외의 불치병 환자들까지 떠올릴 경우 마음은 더욱 무겁다.

암세포가 어느 날 사랑하는 가족을 공격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뜬다. 앞다퉈 이 병원, 저 병원을 쏘다니고 온갖 감언이설인 줄 알면서도 민간요법에 매달린다. 환자는 쓰러지고 가족도 지친다. 환자가 피를 토하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이 파산에 몰리는 과정을 자주 목격한다. 이들의 더 큰 아픔은 가족 해체다. 가족이 파산하고 구성원이 뿔뿔이 흩어지는 해체의 비극은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추적.연구하는 학자들이 암환자를 치료하는 일부 의사들이다. 사회학자들은 아직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경제학자들은 무덤덤해 있다.

몇 가지 참을 수 없는 의문이 생긴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한다. 가장 머리 좋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 잇따라 양성되고 있다. 의료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계의 힘도 세졌다. 한국의 의료시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 매년 11만 명씩 발생하는 암환자들은 왜 고달픈가. 왜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가 하는 의문이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2년 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암환자는 사망 1년 전에 직.간접 비용으로 평균 2800여만원을 투입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이보다 엄청 많은 돈을 지출한다. 생전에 알뜰히 모았던 재산을 사망 직전에 거의 탕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뿐 아니다. 암환자들은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병원에서 입원기간도 제한받는다. 말기암 환자들과 그 가족의 비극은 이 시점에서 극한으로 확산된다.

각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의 17.4% 또는 그 이상이 말기암 환자들이라는 다른 연구보고서는 왜 그들이 응급실을 점령하며 때로는 아비규환에 빠뜨리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진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밖으로 밀려나면서 표출하는 분노는 또 다른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가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최하의 이미지는 호스피스 제도화가 늦어지는 데서 연유한다. 불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인간다운 모습으로 투병하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활동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 종교계에서 출발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싱가포르.대만.말레이시아가 호스피스 활동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섰다. 미국이 호스피스 완화 의료의 특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한 지 벌써 25년이나 흘렀다. 우리나라에서도 호스피스 완화 의료 체계가 정립되면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돼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말기암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의료행위가 점차 줄어들고 재원도 절약될 것이다. 의료계에서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의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지난해 반 년 동안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을 받았다. 우리들이 어느 날 말기환자가 됐을 때 기계적 호흡을 도와주는 의학의 생명 연장 기술에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품위를 지키며 자연적인 죽음의 과정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인생훈련도 시작됐다. 후자를 선택하도록 도와준 호스피스 종사자들의 절절한 사연에 마음을 연다.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기술 중심의 치료로만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오만, 호스피스 활동을 특정 종교단체의 자선으로만 몰아가려는 편견은 없어져야 한다. 죽음 앞에 무슨 오만과 편견이 있겠는가.

최철주 칼럼니스트

출처:blog.naver.com/flatline21/11000311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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