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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고 만질 수는 없지만]       2005-12-12
      신한철       1707
나에게 단한번의 기회라도 있었음 좋겠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요.
많은 시간 아니 많은 세월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딱 1년만이라도 정 아니 되신다면 그 절반이라도 그것도 허락 하실 수 없으시다면 그 절반에 절반만이라도요....
내가 아프지 아니하고 나에게 주는 이 엄청난 통증도 없이 정상인처럼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바램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내가 아내로써 엄마로써 내 가족에게 해 주지 못한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요. 아주 조그만 것들이랍니다.
예전에는 투정만 부렸던 남편에게 더 잘해 줄 거구요.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자상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우리 온가족이 못해 본 비행기 타고 제주도 여행도 하고 싶어요
남들은 나더러 주님께서 더 큰 요량으로 하늘나라에서 나를 사용 하시고져 하나님이 택하신 나에게 주는 시련이라고도 말 하겠지요
이 세상에서 있었던 것 다 용서하시고 감사한 마음으로 넉넉한 마음으로 천국에 갈 준비를 하라고 무언중에 말하고 있겠지요.
또한 그것은 사실 이겠고요.
내가 얼마나 더 살련지 나도 모릅니다. 정말로 열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전에 내생명이 다 할지도 모릅니다.
백지 한 장 위에 덜렁 그려져 있는 서른 날 아니면 서른한 날이 채 안될지도 모르는 그런 삶 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나는 그저 그렇게 이 세상 흔적을 지우고 말겠지요.
나를 사랑해 사랑해 하면서 짓궂기만 했던 그 사랑이 다시 듣고 싶은데 그런 사랑을 간직한 우리 아빠는 어떻게 하구요.
내 눈에 쏙 집어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들은 어떻게 하구요.
내가 그들을 위하여 지금 이 모습으로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내 아픈 모습을 숨기고 숨길려고 해도 온몸이 다 찟겨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면서 말을 하려해도 그저 신음소리밖에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그들이 너무 보고 싶어도 민둥산이 되어버린 내 머리와 내 빠짝 마른 몰골과 기저귀를 차고 일어나 걸을 수 도 없는 내 몰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주일마다 오는 것도 오지 말라고 거짓말로 신신당부를 합니다.
내가 그들이 얼마나 보고 싶고 내 곁에서 항상 있어주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알면서도요.
그들에게 제발 가지 말고 내 곁에 계속 있어 달라고 가지마! 가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절규하고 있지만 그들을 힘없이 손 놓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떠나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허탈감과 외로움이 그 무서운 통증보다도 나를 더 몸서리치게 만들지만은요.
나를 살려달라고 해도 소용없네요. 숨을 쉬기도 벅찹니다. 말하는 것 조차 힘듭니다.
온몸에 암덩이가 전이되어 옴짝 달싹 할 수가 없어요.
나는 암환자라 장기는 안구 기증밖에 안된다네요. 안구를 기증 하겠습니다. 내 시신도 해부용으로 기증 하겠습니다.
제발 조금만 더 나에게 시간을 줄 수는 없는지요?

자매님! 자매님이 없는 이세상은 자매님 가족들에게도 영원한 슬픔 이랍니다.
우리들 인간은 모두가 자매님처럼 크고 작은 많은 슬픔을 가진답니다. 우리는 지금 겪고 있지만 예전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모두들 겪었던 슬픔이지요. 나이가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잘살고 못살고에 관계없이 다만 순서가 없다는 것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렇게 오는 슬픔 이랍니다.
좋은일에 선착순을 정한다면 누구나 빨리 달려 맨 처음에 서기를 원하십니다.
잠시 잠시 머물다 갈 이세상은 정말 촌금의 시간이랍니다.
우리들에게는 영원불멸의 저 천국나라가 있는데도 어느 누구도 앞서 갈려 하지는 않는군요.
그것은요, 이 세상에는 우리가 숨 쉬고 마음껏 들이 마실 수 있는 공기가 있지만 만질 수 도 느낄 수 도 없는 것이 있듯이.
우리 뺨을 스치는 바람처럼 만지거나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듯이.
우리가 볼 수 있거나 만질 수 있거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둠속에서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찬란한 햇빛을 가슴 가득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천국나라에 이르는 소망을 간절히 간절히 가지신다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의 조그만 나의 삶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이 인연의 끈을 정리하느냐의 문제는 해결될 것 입니다.
자매님! 남은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이 세상에 자매님을 저 천국에 보내고도 슬픔에 젖어 있을 가족들에게 자매님이 다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그들이 할 수 있는 축복의 기도를 해 주십시오.
그들은 자매님의 기도에 힘입어 자매님이 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을 너무나 행복해 하며 즐겁게 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자매님은 저 천국나라에서도 가족들을 위하여 그들의 지킴이가 되어 그들을 위로하여 주고 그들의 지지자가 되어 주실 수가 있잖아요.
지금의 마음처럼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도하십시오.

주님! 저를 유방암의 고통으로 인하여 주님의 택하심을 받고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과 친교 할 수 있는 너무나 기쁜 시간을 허락하여 주시고 주님의 사랑으로 인도하여 주심을 감사합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이세상의 고통이 주님이 주시는 연단의 한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주님이 더욱 귀히 사용하여 주시고져 연단하여 주심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주님 부르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족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주님 살아계심을 찬양하기를 원하오니 저를 주님의 사랑으로 지지하여 주시고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손을 씻으며....... ]
작은 봉사 큰 기쁨